[단독] 버스노조 위원장 선거 전날 오고 간 '흰 봉투'

2021-03-17 8

[단독] 버스노조 위원장 선거 전날 오고 간 '흰 봉투'

[앵커]

3년마다 서울시 버스노조의 위원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집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라 선거 과정에서 잡음도 많은데요.

선거 바로 전날 유력 후보가 누군가에게 흰 봉투를 전달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선관위원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한 자리였습니다.

박상률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1일 오후, 한 남성이 누군가에게 흰 봉투를 건넵니다.

봉투를 받은 남성은 확인도 안한 채 곧바로 안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봉투를 건넨 사람은 서울시 버스노조 위원장 재임을 노리던 박 모 위원장, 받은 사람은 투표권이 있는 노조 대의원입니다.

두 사람이 만난 날은 위원장 선거가 있기 하루 전이었습니다.

봉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기자:흰봉투 오고간 게 어떤…) 그게 돈봉투라고 생각해요? 서류가 뭐냐면 휴일 수당 미지급 시정 권고 사항이 10일에 나왔는데 그것을(문서를) 일일이… (기자:우연히 들고 계시다가 때마침 거기 그분들이 계셔서 전달을 해주신거) 그렇지 나는 이대로 가지고 다니는건데 이렇게…"

"(기자:안에 든 내용물이 문서잖아요. 보통 받으면 한 번 펼쳐볼 법도 한데) 길거리에서 읽어보는 것도 그렇고, 시정명령서라고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박 위원장이 우연히 들른 식사 자리에 때마침 문서를 줘야 할 사람들이 자리에 있어 평소 지니고 다니던 문서를 전달했다는 겁니다.

이날 식사 자리엔 위원장 선출 선거를 감독하는 선관위원 두 명도 함께 있었습니다.

선거 전날, 유력 후보였던 박 위원장은 선관위원들과 식사를 한 뒤 식대를 지불했습니다.

"한 군데서 못 드시니까 여기 네 분, 저기 네 분 떨어져서 드셨거든요. 조합장(위원장)은 자주 오시는 분이죠. 결재는 여기선 조합장님이 하셨어요."

식사 자리에선 선관위원에게도 같은 봉투가 건네졌습니다.

봉투의 정체를 따지기 앞서, 선거 전날 후보자와의 저녁 식사가 적절한지 물었습니다.

"당연히 유권자고, 선관위를 떠나서 사업장 위원장이다 보니까 그래서 저녁을 같이 먹게 된거예요. (기자:선거 전날이라…) 남들이 볼 땐 좀 예민하게 봤을진 모르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적인 만남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거고…"

선거 당일, 다른 후보측이 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투표는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후보가 선관위원 두 명과 함께 이런 식사 모임을 함께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문제인 것이고, 흰봉투가 왔다 갔다하는 동영상까지 확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위원장도 문제없다고 말씀하셨고…모든 분(선관위원 4명)께서 '아무 문제없다. 정당한 노조활동이다'라고…"

박 위원장은 92%의 득표율로 재임에 성공했고, 일부 조합원은 박 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연합뉴스TV 박상률입니다. srpark@yna.co.kr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Free Traffic Exchange